“연탄구멍도 22개, 幸福의 획수도 22개”
“연탄구멍도 22개, 幸福의 획수도 22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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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인터뷰] 춘천연탄은행 대표 정해창 목사

겨울철 봉사 활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연탄 봉사’다. 강원도 춘천에도 연탄 배달을 하는 봉사단체가 있다. 이른바 ‘춘천연탄은행’. 이 단체의 정해창 대표를 만나, 추운 겨울을 녹이는 훈훈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탄을 통해 삶을 배우고 있다”며 인터뷰를 시작한 정 대표는 연탄을 ‘스승’에 비유했다. “연탄 봉사를 하면서 이웃을 돌아보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그는 17년 전, 목사로 목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 봉사를 시작한 순간을 회상했다. 당시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많았는데, 한겨울에 연탄 없이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기지가 않아 직접 소양로 달동네를 찾았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연탄 없이 차가운 방에서 추위와 싸우는 것을 본 정 대표의 마음 속에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이 분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연탄봉사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그 지역 노인들은 돈도 돈이지만 달동네라 연탄 주문을 해도 배달이 오지 않아 연탄의 온기조차 느끼지 못하고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춘천연탄은행은 2004년부터 봉사를 시작, 지금까지 햇수로 17년 동안 약 500만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춘천연탄은행 대표직과 목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매 순간이 보람차지만, 특히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며 연탄을 맞이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어르신들은 쌀이 오는 것보다 연탄이 오는 걸 더 반가워” 하기도 하고 “연탄 만세!”라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소중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정 대표는 연탄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연탄의 무게에 관한 비밀이다. 연탄의 무게는 우리 체온의 숫자와 같은 3.65kg이다.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체온과 생명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연탄은행 대표의 해석이다.

또, 연탄에 나있는 구멍은 총 22개인데, 이는 한자로 ‘행복’을 썼을 때의 획수와 같다. 즉, “연탄이 곧 행복”이고, 단순히 연탄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17년 연탄배달 봉사자의 또 다른 기발한 해석이다.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보니, 받는 사람도 주는 행복해진다.

셋째는 연탄의 색깔에 담긴 비밀이다. 보통 연탄의 색깔 하면 ‘검은색’을 떠올린다. 연탄은 그대로 있으면 검은색이지만 이웃을 위해서 희생하면 빨간색이 되고, 다 타고 나면 하얀색이 된다. 정 대표는 이런 연탄 색깔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며 연탄 3색론을 펼친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인생이고, 이웃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면서 살아가면 멋있는 불꽃과 같은 빨간색이 되며 그 열정이 타고 남으면 하얀색 재로 남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연탄 봉사에 어려움이 많다. 매년 200단체에서 5000명에 달하던 자원봉사자가 ​올해는 1000여명에 불과하고, 예정됐던 연탄 봉사 예약도 80% 이상 취소됐다.

춘천 온의동에서 정해창 대표(우측)와 춘천연탄은행 직원(좌측)이 골목길로 연탄을 나르기 위해 지게에 연탄을 쌓고 있다.
춘천 온의동에서 정해창 대표(우측)와 춘천연탄은행 직원(좌측)이 골목길로 연탄을 나르기 위해 지게에 연탄을 쌓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없는 날은 직원들 1~2명이서 배달에 나선다. 두 명이서 지게를 지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연탄을 배달한다. 정 대표는 “연탄 배달할 곳은 많은데 봉사자가 없으니까 더 많이 움직여야 해서,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연탄 배달을 가는 곳들의 대부분이 언덕에 위치해 있거나 가파른 계단, 좁은 골목이 많아 소수의 인원이 배달하기가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탄 배달 봉사가 줄자 덩달아 후원도 줄어들었다. 연탄은행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들이 배달할 양을 기부하고, 기부한 연탄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새들어 코로나로 인해 배달 봉사를 하러 오는 인원이 줄자, 연탄을 기부하는 후원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연탄이 한 장도 없다고 연락 오는 집이 있는데, 그런 곳은 필수로 배달을 하러 가야한다”며 “기부된 연탄의 양이 적으니, 많이 못 가져다드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연탄은행에 연탄이 부족할 경우, 연탄 대리점에서 우선적으로 빌려오곤 한다. 춘천연탄은행은 시내 한 연탄 대리점에서 연탄을 공급받고 있는데 "서로 신뢰가 있으니까, 연탄이 부족할 때 외상으로 연탄을 빌리고, 후원이 들어오면 갚는 식으로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탄은 한 장에 800원으로, 한 장이 6~8시간 정도 지속된다. 정 대표는 “연탄 한 장이 추운 날,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지켜드린다”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굉장히 귀한 하룻밤의 생명을 선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연탄 배달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춘천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000여곳 정도인데 정 대표가 배달을 안 가면 “이 분들 겨울 난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그의 바람은 “연탄은행이 문을 닫는 것”이긴 하다. 연탄이 다 타면 수시로 갈아야 하고, 냄새도 많이 나는 등 기본적으로 불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점점 없어지고, 모두가 연탄 걱정이나 에너지 걱정 없이 잘 사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하루의 배달 일정을 마치고 소형 화물차에 올랐다.

여의주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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