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비상. 설상가상의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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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2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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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마존 오리지날의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토트넘 핫스퍼’
▲ 아마존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의 포스터
▲ 아마존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의 포스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인은 누구일까?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손흥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이며,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소속으로 5년째 뛰고 있는 슈퍼스타이다. 한때, 박지성 선수가 몸담았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이었지만, 손흥민 선수의 등장으로 토트넘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토트넘’ 팬들은 사실 대부분 ‘손흥민’의 팬이다. 토트넘의 ‘성골’ 팬들이 아닌,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유입된 팬들이다.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둘러보면 ‘손흥민’ 전문가는 많은데, ‘토트넘’ 전문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구단보다 선수들을 중점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새’이다. ‘철새’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들을 뜻한다.

물론 ‘철새’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선수의 성향과 플레이를 좋아하여 매료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작년 tvN에서 방영되었던 <손세이셔널>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손세이셔널>은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손흥민 선수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토트넘을 끝까지 응원하고 애정을 가지려는 사람이라면 <ALL OR NOTHING> 다큐멘터리는 안성맞춤이다.

▲2019년 tvN에서 방영된 '손세이셔널- 그를 만든 시간' 메인화면
▲2019년 tvN에서 방영된 '손세이셔널- 그를 만든 시간' 메인화면

<ALL OR NOTHING>은 지난 6년간 토트넘에 큰 성공을 안겨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우승 트로피에 굶주렸던 토트넘은 현대 축구 감독 중 커리어가 가장 화려하고, 어떤 팀을 가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다. 무리뉴 감독은 순위가 14위로 떨어진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4위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선수들과 한 경기씩 싸워나간다.

<ALL OR NOTHING>이 다른 스포츠 다큐멘터리와 다른점은 주인공이 아닌 인물이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손세이셔널>은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손흥민’선수가 주인공이며,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방영 중인 <비상2020>은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이 주인공이다. 영국의 <죽어도 선덜랜드> 역시 ‘선덜랜드’ 구단이 주인공이다.

<ALL OR NOTHING>의 주인공은 ‘토트넘’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토트넘’이 아닌 ‘무리뉴 감독’처럼 보인다. 무리뉴 감독을 통해 선수들, 코치, 팬 등 토트넘에 속한 모든 것들이 영향을 받게 되며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나타낸다. 제목을 <무리뉴 OR NOTHING>이라고 지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무리뉴는 통산 25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엘리트 감독이다. 무리뉴 감독은 언론 플레이를 좋아하고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다. 이러한 모습에 무리뉴 감독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속 무리뉴 감독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반대로 재치 있고,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고, 아버지 같은 자상한 사람이다. 이러한 무리뉴 감독의 캐릭터는, 그가 토트넘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러나 기대감과는 반대로 토트넘은 각종 악재와 사건들에 시달리게 된다. 에릭센과 로즈의 이적, 손흥민·케인·시소코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 등으로 토트넘은 부진에 빠지게 된다. 결국,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에서 유로파리그 진출로 목표를 하향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울버햄튼에게 역전패를 당해 화가난 알리와 다이어가 언쟁을 벌이고, 에버튼전에서는 주장 요리스와 손흥민이 충돌하게 된다.

“Make the run, Make the run, Make the run for the team!”

(“뛰어라, 뛰어라, 팀을 위해 뛰어라!”)

9화에서 나온 주장 요리스가 손흥민에게 한 말이다. 손흥민이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화가 난 요리스는 팀을 위해서 뛰라며 언성을 높였고 억울했던 손흥민은 이에 맞서 대응했다. 이 모습은 경기장에서 일어나 실시간으로 중계되어 큰 논란이 되었다. 이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유로파리그에 나가기 위해 승점이 절실했던 그 당시 토트넘의 상황을 다큐멘터리에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트넘은 우여곡절 끝에 리그 6위로 유로파리그 진출에 성공한다. 시즌 초반 14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비하면 전역 누수라는 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성적이다.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다큐멘터리에서는 무리뉴라는 남자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나타낸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다큐멘터리의 모든 초점은 무리뉴 감독에 맞춰져있다.

토트넘에서 일어나는 악재들로 인해 흔들렸던 토트넘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 경험 등이 빛났던 것 같다. 무리뉴 감독은 비상(非常)의 토트넘을 비상(飛翔)하게 끔 만들어 주었다. 18-19시즌 토트넘의 최고의 영입은 무리뉴 감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토트넘은 포체티노를 경질하고 무리뉴를 선택한 것을 ALL OR NOTHING(모 아님 도/도박)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토트넘의 라이벌 구단인 아스널의 팬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다큐멘터리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나 또한 토트넘 팬인 친구의 권유로 반강제로 보게 된 다큐멘터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L OR NOTHING>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하나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인터뷰식으로 진행돼서 지루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ALL OR NOTHING>은 인터뷰 위주가 아닌,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담았다. 또 여러 가지 갈등 요소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축구를 통한 시련과 극복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기승전결 또한 깔끔하여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ALL OR NOTHING>의 예고편에서 손흥민과 요리스가 언쟁을 하는 장면이다. 요리스의 말은 모두 자막으로 나온 반면, 손흥민의 말은 [SHOUTING]이라는 자막으로 묻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아마존 비디오가 인종차별을 했다고 큰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본편에서는 이 부분을 모두 자막 처리했다. 아마존은 아직도 이에 해명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서 <ALL OR NOTHING>은 큰 점수를 주지 못할 것 같다.

박수종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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