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거리의 소음마저 음악이 되는 순간
[미디어와 나] 거리의 소음마저 음악이 되는 순간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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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사진=JTBC홈페이지 비긴어게인3 메인 캡쳐
사진=JTBC홈페이지 비긴어게인3 메인 캡쳐

음악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때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그날의 기억도 함께 오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내게, ‘핸드폰 없이 살기 vs 음악 없이 살기’라는 극단적인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핸드폰 없이 살기’를 선택하는 내게, 입만 열면 음악이 흘러나오고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를 입에 달고 사는 내게 찾아온 선물 같은 프로그램 JTBC의 비긴어게인을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된 건 2018년,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보고있어도 즐거운 고3이었다. 입시를 앞둔 19살, 그땐 모두가 예민했다. 친구가 아니라 30명의 경쟁자로 가득 찬 교실은 척박했고 모두가 쉴 틈 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여름 공기를 비웃듯 교실 안의 공기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매일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위를 걸었다. 어느 하루 음악 선생님이 ‘너희 이거 봤니?’ 하면서 동영상을 하나 재생하셨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그때 들린 음악이 박정현의 ‘꿈에’였고 그때 그 프로그램이 ‘비긴어게인’이었다. ‘날 안아주네요.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그날 그 음악이 나를 감싸 안았다.

2017년 6월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6월 시즌4까지 방영된 비긴어게인은 그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해외를 여행하며 버스킹을 한다. 관객은 길 가던 사람들이고 무대는 길바닥이다. 서로가 누군지 모르지만, 들려오는 노래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오로지 음악 안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비긴어게인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우선, 해외로 떠나는 버스킹에 걸맞는 각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아일랜드, 리스본, 이탈리아, 베를린 등 세계 곳곳의 풍경이 음악과 어우러져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해외여행이 생각날 때 꺼내보면 내가 그 도시에 가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한편으론 웅장하고 멋스러운 풍경에 음악이 묻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겠지만 각 도시의 풍경은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잔잔한 풍경과 야경,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음악에 더 집중하게 하고 심취할 수 있는 여유와 평안을 가져다준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멤버 간의 캐미다. 시즌2부터 헨리와 하림, 박정현, 이수현의 캐미가 빛을 발하고 이후 시즌에서 그들의 유대감은 더욱더 탄탄해진다. 연주를 담당하는 헨리와 하림, 노래를 담당하는 이수현이 주축을 이뤄 비긴어게인을 이끈다. 새로운 멤버가 추가되어도 전혀 어색함 없이 녹아든다. 한국을 무대로 한 시즌4 비긴어게인 코리아 팀은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방구석까지 희망과 행복을 선물했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거리의 관객이다. 비긴어게인 팀의 노래에 홀린 듯 가던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느낌으로 음악을 감상한다. 가수의 노래에 함께 울고 신이 나면 춤을 춘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잠시 어깨에 기대 쉼을 얻는가 하면 위로와 치유를 받기도 한다. 부부, 연인, 가족, 친구 가리지 않고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비긴어게인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딱 맞는 홈 콘서트이다. 한국에서 진행된 비긴어게인 코리아-대구 스타디움 편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이날의 마지막 곡은 ‘Coldplay’의 ‘Viva La Vida’였다. 직역하면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으로 곡 특유의 경쾌함과 반복적인 가사들이 떼창을 유발하는 노래이다. 노래의 킬링파트인 ‘oh oh oh oh oh’ 부분을 끝없이 반복하는 장면에서 억압되어있던 자유로움이 폭발했다. 들썩이는 어깨와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는 나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 19로 공연들은 모두 취소되고 이렇다 할 문화생활을 자유롭게 즐길 수 없는 시기였기에 안전한 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비긴어게인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공연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음악이란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비긴어게인은 그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음악프로그램이다. 음악이 주는 행복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행복을 얻어가길 바란다. 또한, 남을 이겨야 내가 승자가 되는 치열한 경쟁 사회 같은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원래 음악은 치유이고 힐링이라는 것을 알려주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주는 위로는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고 그 어떤 위로보다 개인적이다. 음악이 나.에게만 건네는 위로를 놓치지 말고 받아가길 원한다. 바로 여기 비긴어게인에서.

윤소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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