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나에겐 a급보다 나은 b급 감성
[미디어와 나] 나에겐 a급보다 나은 b급 감성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12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b급 감성. 예전에는 그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마이너한 부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b급은 의도적으로 사용되며 이에 소위 ‘요즘 애들’이 열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 광범위한 취향을 가지고 메이저한 감성의 컨텐츠도 항상 접하고 소비하던 중 b급 문화를 접하고 난 후에 이러한 감성이 짙은 작품에 취향을 저격당하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 b급 장르를 좋아했다고 딱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주류문화에 싫증이 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미디어의 오락적인 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에, b급 감성만의 유머 코드에 마음이 열린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평소 유튜브를 끼고 사는데 유튜브에서 접하게 되는 무수한 콘텐츠들이 b급 감성에 가까워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일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들이 모두 내가 b급 감성을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b급 감성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일반적인 형식이나 기법 등을 따르지 않는, 그 작품만의 독창적인 감성을 지닌 것을 b급 감성이라고 한다. 혹자는 저질스럽고 촌스럽고, 유치하고, 야하거나 코믹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b급 감성은 처음 보았을 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만한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형화된 틀에 맞춰 우아하고 고급스러움으로 포장한 a급의 콘텐츠와는 다르게 b급 감성만의 독특하고 솔직한 표현법이 사람들을 끌어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 변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성공적인 예로는 b급 광고가 있다. 과도한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요즘에 고급스러움으로 포장한 정형화 된 광고는 스킵 되기에 딱 좋다. 그래서 최근의 광고계에서는 b급 광고가 먹히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버거킹의 배우 김영철을 이용한 ‘사딸라’ 버거 광고다. 유행어인 사딸라(4900원)만을 이용하고 강조하는 유쾌한 광고이다. 버거킹은 이러한 독특한 감성을 토대로 광고를 제작하여 많은 인기를 끌며 해당 광고 제품을 1000만개를 파는 이득을 얻었다. 이렇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직관적으로 바로 재미를 가져다주는 b급 광고들이 성행하고 있다.

버거킹의 배우 김영철을 이용한 ‘사딸라’ 광고
버거킹의 배우 김영철을 이용한 ‘사딸라’ 광고

많은 b급 콘텐츠 중에서도 나를 b급 감성에 빠져들게 만든 두 개의 콘텐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2020 한국관광 홍보 바이럴 영상인 ‘feel the rhythm of korea’이다. '이날치 밴드'의 퓨전국악에 현대 무용그룹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우리나라의 관광지를 배경으로 아무런 설명도 대사도 없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영상이다.

이는 각 유튜브 조회수를 합산하면 1억뷰를 넘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국악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중독적인 멜로디를 만들었고, 요상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유쾌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서 국내 누리꾼들에게까지 트렌드를 읽었다며 호평을 받은 영상으로 ‘힙하다‘, ’k-힙‘이라는 반응이 많다. ’힙하다’는 말 그대로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희소성 있는 동시에 매력있는 영상이다. 기획자는 이 영상을 b+, b프리미엄급 영상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기존 한류스타 위주의 광고 틀에서 벗어나서 독특한 b급 감성으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으며 b급감성이 트렌드가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의 한 장면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의 한 장면

두번째는 넷플릭스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인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의 명랑 히어로 판타지 시리즈이다. 안은영이 미션을 클리어하고 캔디 크러쉬 처럼 하트 비가 내린다는 등의 독특한 cg접근으로 이 드라마만의 독창적인 개성을 만들어 냈다. 또한 ost로 젤리들의 목소리의 키치한 음악을 사용하여 더욱 중독성 있다. 독특한 소재뿐 아니라 안은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독보적으로 특이한 b급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채롭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소개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소개

b급 감성은 기존 기성세대, 권위주의, 원칙주의에서 만든 틀에서 벗어나고픈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논리적인 이유 없이 주류를 따르길 강요하는 피곤한 사회에서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사적인 공간에서까지 피곤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만족할 것이다.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소재에 어렵지 않은 접근으로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부담 없이 편히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다. 심리적 피로감을 사이다처럼 해소해주는 b급 드라마,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도 한 번쯤 찾아서 볼 만 한 가치가 있어서 더욱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다.

b급 감성은 ’힙하다’ 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틀을 깨고 독특한 감성을 추구하며 하나의 인기 있는 영역이 되었다. 또한 요즘 트렌드인 펀슈머(Fun+Consumer)가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b급 감성의 콘텐츠가 트렌드가 되었고 젊은 층의 주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b급 감성이 성행하면서 기존 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b급 감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 편견이 없어지고 더 많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콘텐츠들이 제작되기를 원한다.

박고운 대학생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