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된 무인화, 코로나가 빼앗은 일자리
가속화된 무인화, 코로나가 빼앗은 일자리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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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67% 무인화로 고용 축소 예상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안전망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기업들이 신속하게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무인화가 더욱 가속될 전망인 가운데 사라지는 일자리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업 침체기 상황에서 급격하게 디지털화되는 것은 무인화로 인한 소외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출처=사람인]
[출처=사람인]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7.5%가 “코로나19 이후 무인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응답했으며 26%가 “최근 산업 전반의 무인화 트렌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영향으로는 ‘인건비 절감’(43.5%·복수응답)이 뽑혔다. 또한 응답 기업의 67.2%는 “무인화로 인력이 필요 없어지면서 고용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 상봉점의 무인 계산대 모습.
이마트 상봉점의 무인 계산대 모습.

급속하게 진행되는 무인화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편의점, 마트를 가도 무인 계산기가 일반 계산기만큼 놓여 있으며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인 계산기에 손님이 더욱 붐비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점차 당연해지면서 언택트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드러나는 것이다.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만족도와 인건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사람인 설문조사에서도 무인화 도입에 찬성(65.3%)하는 기업이 반대(34.7%)보다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개선’(57.8%, 복수응답)이었고, ‘단순 노동 업무 감축’(53.2%)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39.9%) ‘새로운 일자리 증가’(16.8%) 순이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무인 계산기 시스템이 주로 도입되는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1년 전보다 지난 3월 11만6000명 줄었고, 지난 4월 16만6000명 감소했다. 디지털화에 따라 기계가 대신하기 수월한 서비스업·단순 노동 관련 직종은 일자리 감소가 필연적이다.

변화에 발맞춰 가기 위해서는 인구 구조 및 노동시장 분석을 통한 정책 대비에 힘을 써야 한다. 무인화에서 소외되는 노인·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디지털 관련 교육의 강화, 무인화 실직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모(23)씨는 "무인 계산기가 확실히 많이 는 것 같다. 물론 저는 사용하기 편한데 가끔 고령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또 "무인화가 갑작스럽게 가속화되니까 나중에는 음식도 로봇이 만드는 게 아닐까 싶고 그렇다면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있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최모(25)씨는 "확실히 편한 점은 있지만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쯤은 꼭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9월 공개했던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키오스크 조작 시 헤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70세 이상 소비자 5명 전원이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실패했고,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도 70세 이상 소비자 5명 중 3명은 발권을 하지 못했다. 자동무인화 기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은행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도 10명 중 6명이 어려움을 느끼거나 실패했다. 업장별로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고령자를 돕는 시스템은 대체로 미흡한 상태이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은 키오스크 전담 직원을 배치해 해결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도 무인화 문제를 다룬다. 기술 혁신으로 갑작스러운 무인화가 진행되면서 인력이 6분의 1로 감축된다. 여기서 생기는 디지털 소외계층과 혁신의 갈등을 보여 준다. 이 드라마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상징하는 인물은 “당신이나 내 아들 같은 사람만 있으면 이 세상에 혁신이라는 게 아주 빠르게 올 겁니다. 근데 너무 빠르면 못 써요. 그 속도에 치여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생계를 잃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중략) 사람들이 적응하고 같이 살아갈 속도. 그 속도를 위해 나는 계속 싸울 겁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설 자리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것은 편리하면서도 위험한 변화이다. 우리는 변화 속에서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소외계층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신하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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