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드라마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드라마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08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와 나] 퓨전사극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麗)'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편집자말]

원래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다. 취향이 너무 확고했기 때문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의 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적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그런 나를 혹하게 만든 것은 '고려'라는 시간적 배경 때문이었다. 사극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한국사를 공부할 당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고려시대였다. 또한 대하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볼 수 있었기에 학생이었던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메인 이미지 ⓒ SBS
▲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메인 이미지 ⓒ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중국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16년 제작 및 방영된 한국의 드라마다. 원작은 현대 여성이 청나라 강희제 시대로 가는 반면 <달의 연인>은 한국적인 색을 입혀 현대 여성이 고려 초기 태조 왕건이 집권하던 시기로 가게 된다.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모든 것들이 낯선, 또 치열한 시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과 한국의 작품 모두에 표기된 '보보경심(步步惊心)'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목만으로도 주인공이 돌아간 과거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다.

극 중 고하진(이지은 분)은 현대에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이었고 그 재능과 기술을 살려 고려의 해수(이지은 분)가 되어서도 궁녀의 신분으로 궁에 남아 왕건(조민수 분)을 비롯한 왕비, 황자들과 교류하게 된다. 다시 현대로 돌아오기까지 인간의 죽음부터 생명의 탄생, 사랑과 이별까지 온갖 일들을 겪지만 꿋꿋하게 살아간다. 죽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는 궁 안 그녀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절대로 겪어볼 수 없는 고려에서도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큰 역사적 사건들 보다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단순히 편안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에 정인을 떠나보내는 것을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사극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감히 이 드라마를 추천할 수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등장인물에게 이입해 즐길 만한 드라마다.

개인의 감정만 얽힌 것이 아니라 실제 과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들도 많이 담겨 있었다. 작중 비중있게 등장하는 8명의 황자들이 그저 평범한 집안의 형제였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만들었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채택했던 전제군주제는 일반 신하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싸움과 정치를 요구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민주공화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정치제도이기에 드라마로 간접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장점을 하나 더 꼽아보면 화려하면서도 편안한 고려의 의복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의상을 떠올려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한복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조선 한복의 특징은 상의가 굉장히 짧다는 점인데 그에 반해 고려 의복은 상의가 길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옷들이 내가 아는 한복보다 연한 색감과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즐거웠다.
 

▲ 두 주인공인 해수와 왕소가 손을 잡고 마주보는 장면. 사진 = <달의 연인> 포토스케치. ⓒ SBS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 이외에도 영상이 굉장히 예쁘게 나온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뽀얗고 하얀 느낌을 줬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 '밤을 걷는 선비' 등 보통 사극 드라마들은 선명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달의 연인>은 몽글몽글하고 채도가 낮은 차가운 흰색의 느낌이다. 한국보다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과 같은 일본의 작품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듯한 영상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하얀 빛이 오히려 주변 자연 경관들과 잘 어우러져 겨울에 쌓인 눈에 설렘을, 여름 푸른 잎에 시원함을 더해줬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에게 화사함을 더해줘서 그런지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과 같은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에서 나도 함께 간질간질하고 두근두근한 감정을 느꼈다.

다만 좋은 점만 있었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들의 감정소모도 커져갔다. 나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보고 한동안 드라마 속 우울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흔한 로맨스 드라마들처럼 행복한 결말이 아니었고 비극이라면 비극인 슬픈 결말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다시 보더라도 마음이 먹먹해지는데다 가슴이 쓰리기까지 하다. 만약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감정 컨트롤이 필요하다면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달의 연인>을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추천하는 드라마가 있는지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달의 연인>이라고 답할 수 있다. 특히나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드라마다. 시대를 잊은 채로 너무 애틋한 인간관계는 보는 사람도 함께 마음이 아파질 테니 말이다.

이 드라마에는 사랑과 이별 모두 존재한다. 주인공들은 결코 행복하기만 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끝내 이뤄지지 못한 사랑 앞에 드라마의 시청자들도 함께 슬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20-30대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강수연 대학생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