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인간이 서야 할 곳, 인간이 가고 있는 곳
[미디어와 나] 인간이 서야 할 곳, 인간이 가고 있는 곳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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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블랙 미러(BLACK MIRROR) : 블랙 뮤지엄'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편집자말]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는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하고 있다. 밥 먹으면서 볼 영상 고르다 음식이 다 식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미디어는 대중에게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를 들이붓고 있다. 사람들은 주로 킬링타임 영상물을 시청한다. 재밌으니까.

그러나 우리가 진짜로 보아야 할 영상물은 따로 있다. 이 글에선 우리가 따뜻한 밥을 먹으며 미디어를 소비할 때 즐길 수 있는 조금 색다른 영상물을 추천하려 한다. 인간과 기계, 그리고 미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가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포스터 ⓒ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리즈를 처음 접한 때는 바야흐로 2년 전이다. 그 때 나는 인공지능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었다. 책 하나를 읽어도 토론할 주제가 너무나 다양한 분야이지만, 함께 대화를 나눌 친구는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관심이 없었고 그들에게 인공지능은 그저 기계일 뿐이었다. 이는 지금의 콘텐츠를 소개하려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심 없는 사람의 관심을 얻고 싶은 욕심이랄까.

시즌별로 나뉘는 <블랙 미러>는 총 5개의 옴니버스 시리즈로 구성돼 있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돼 따로 따로 관람이 가능하다. 대중과 정치, 미디어 사회를 다루는 시즌 1부터 시작해 시즌 2부터 5까지는 인공 지능의 발전에 따른 인간 세상의 변화를 주로 다룬다. 죽은 연인과 똑같은 모습을 한 로봇, 관계의 유효기간을 정해주는 사회, 스타를 본떠 만든 로봇 인형 등 인공 지능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시즌 4인 <블랙미러 : 블랙 뮤지엄>편을 특히 재미있게 봤다. '블랙 뮤지엄'은 이전 시즌의 주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함축시킨 구성이라 <블랙 미러> 입문자는 이편부터 시청해도 좋을 듯하다.

블랙 미러 시즌4인 블랙뮤지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4인 블랙뮤지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블랙 뮤지엄'은 소녀의 드라이빙으로 시작한다. 드라이빙을 멈춘 곳은 바로 블랙 뮤지엄(BLACK MUSEUM). 그녀는 박물관장으로부터 다양한 범죄 기구로 활용되었던 물건의 사연을 듣는다. 신경 기술자였던 박물관장 롤로 헤인즈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고 사연은 끔찍하다 못해 추악했다. 그 중 박물관장의 대사는 하나도 놓칠 수 없고,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망할 놈의 디지털 장치!", "기술자는 절대 믿지 마요" 같은 대사는 소녀에게 하는 말이 아닌, 시청자에게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연 중 첫 번째로 소개되는 '공감 진단기'는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박물관장 롤로는 병원 위층에서 신경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아래층에선 항상 환자가 들끓었고 특히 환자 사망률이 높았던 도슨 의사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롤로는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바로 '공감 진단기'. 이 기술을 사용하면 환자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있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고 고통만 느낄 수 있다. 지식 전송 기술 개발은 실패했지만, 감각 전송 기술은 성공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물건이었다. 높은 환자 사망률에 절망하던 도슨은 이를 만회할 최선책이라 생각하며 롤로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한다.

이후 그는 새로운 질병을 발견하며 의사로서의 성공한 삶을 걷는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바로 고통을 쾌락으로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큰 고통을 원했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른다. 기술이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간을 위해 만들었지만 인간의 몰락으로 끝나는 아이러니한 상황. <블랙 미러>는 이와 같은 주제를 가진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드라마의 몰입을 가능케 했던 연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어두운 박물관 속 모든 대사와 소품은 단서이자 복선이었다. 배낭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물병을 내려놓는 롤로를 아웃 포커싱 기법으로 촬영하고 작은 휴대폰을 보며 "귀엽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이에 해당한다. 후반부에 밝혀지겠지만, 롤로를 위협하고 고통을 받도록 만드는 기계는 특히 당연했던 물건이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는 어쩌면 자신의 실험을 통해 희생당하는 모든 생명체를 하찮게 여기는 롤로의 모습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

박물관 자체를 외딴곳에 위치시킨 점도 흥미로웠다. 황량한 대지 위 박물관이라. 보통 관광 시설은 인구가 밀집된 곳이나 근처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블랙 뮤지엄'은 상업적 목적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삭막함과 오싹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배경음까지 더해져 서스펜스 분위기는 증폭한다. 대사와 장면, 배경 모두가 하나 되는 이 작품의 연출은 대단했다.

인공지능이나 미래 사회를 다루는 다른 작품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에 그쳤다면 <블랙 미러>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어 죽은 이의 채팅과 목소리, 외모를 분석한 로봇 인간을 제조해 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혹은 위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아이의 뇌에 칩을 삽입해 24시간 어머니의 관찰 아래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한가? 와 같은 질문을 품는 것이다. 그리고 <블랙 미러>는 그 질문의 대답으로 '아니'를 외친다. 모두 불가능하단 것이다. 드라마는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경고를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랙 미러>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이는 인공지능, 4차 혁명으로 끌어내어 생각해볼 수 있다. 세계는 지금 4차 혁명에 환호한다. 사람들은 로봇 청소기, 로봇기자, 로봇 서빙이 등장할 때마다 삶이 편해졌다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의 삶이 편해질수록 얻게 되는 다양한 단점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기술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경계해야 한다.

박현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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