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언어치료 통해 변하는 모습 보면 뿌듯해요"
"아이들이 언어치료 통해 변하는 모습 보면 뿌듯해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24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민주 언어치료 봉사자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는 조금 특별한 언어치료 봉사자가 있다. 지난 3년간, 각종 시설에서 시각 장애인 아동과 자폐 아동들을 찾아가 언어 치료를 도와준 김민주(24)씨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던 지난 15일, 한림대 안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언어 치료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중 아이들이 이쁜 선생님이라고 불러 준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이는 김민주씨
인터뷰 중 아이들이 이쁜 선생님이라고 불러 준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이는 김민주씨

"'언어 치료' 하면 단기간에 변화하는 줄 아는데 절대 아니에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복지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폐나 시각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게 된다"며 웃어 보였다.

김민주씨는 2017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한 번에 약 1시간 30분 정도 장애 아동들이 많은 춘천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서 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감각 자극들을 처리하고 통합하는 중추신경계를 향상시키는 감각통합치료로 신체적 발달이 더딘 친구들을 돕고 있다.

김씨는 이날 "뇌의 손상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발생하는 뇌병변 장애 아동들은 근육 발달을 나눠서 해야 한다"며 "각 장애 특성마다 근육의 긴장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팔, 허리, 종아리 등을 일컫는 대근육은 걷거나 뛰는 것으로, 손가락이나 얼굴 근육을 쓰는 소근육은 가위질 하거나 글을 쓰는 수업을 하고 있다"면서 "신체적으로 움직이는 활동을 하거나, 아이클레이처럼 손으로 만들고 놀 수 있는 것을 같이 한다"며 아동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놀아주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 봉사할 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한쪽 다리에 편마비가 있는 친구는 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워해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했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친구들은 돌발행동이 많아서 갑자기 손을 튕기거나 자기 머리를 때리기도 하고,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를 때도 있고, 갑자기 일어나서 바깥으로 뛰어나가는 행동을 할 때가 있어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러한 자폐 아동들에 대해 "주 치료사와 함께 이런 문제 행동들을 어떻게 감소시켜야 할지 의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봉사활동을 하며 최근에 행복했던 일이 있었는지 묻자 김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그냥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감각통합치료 봉사를 하면서 이제 아이들에게 '예쁜 선생님'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룹으로 감각통합치료를 하던 당시 자폐 성향과 뇌병변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 계속 누워 있으려 했다"면서 "수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던 그 친구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업시간 내내 착석했을 때 치료사 분과 참으로 진전됐다며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김민주씨는 1학년 2학기 때 '특수교육학'이라는 학교 수업을 통해 언어치료 관련된 장애들을 알게 되면서 뇌병변 장애, 청각 장애 아동이 있는 춘천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변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동생은 "힘든 게 눈에 보이는데 왜 봉사하냐"고 핀잔을 줬고, 어머니는 처음에 "그 시간에 쉬어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꾸준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족들로부터 '대단하다'라는 변화된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 돕고 사는 게 옳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계속해왔던 그는 "지금 엄마와 친동생은 내가 봉사하는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다"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고 격려도 많이 해줘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봉사를 못 하고 있어 코로나가 풀릴 때쯤 다시 하고 싶다"며 "장애인들을 돕는 봉사가 더 홍보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도 일러주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복지관에서 봉사하고 교육을 들으면서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면서 "많은 분이 봉사를 통해 눈에 보이지는 않는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훈훈한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안대훈 대학생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