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 이대로 좋은가?
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 이대로 좋은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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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0% 실종 시대

기존 집계 방식 바꿔야

최근 방영하기 시작한 드라마 '스타트업' '사생활' 등이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 없이 화제만 되고 있는 것인가? 해답은 넷플릭스(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에 있다. 두 드라마 모두 넷플릭스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TOP 10 안에 들어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점점 넷플릭스 등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 위=드라마 '사생활' 시청률 통계, 아래=드라마 '스타트업' 시청률 통계 [출처=네이버]
△ 위=드라마 '사생활' 시청률 통계, 아래=드라마 '스타트업' 시청률 통계 [출처=네이버]

현재 '스타트업'은 최고 5.4%, '사생활'은 최고 2.5%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특히 '사생활'의 최고 기록은 첫 방송으로 그 이후 점점 하락세를 보이며 가장 최근 방영 회 기준 1.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드라마의 실패 양상으로 볼 수는 없다. TV 시청률과는 다르게 넷플릭스에서는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시청률로 계산하는 공식이 OTT 강세와 함께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난 시점에서 현재와 같은 시청률 집계는 실질적인 시청 행태와 흥행도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11월 13일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 순위 캡처.
△ 11월 13일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 순위 캡처.

실제로 '스타트업'을 애청하는 노모(21)씨는 "스타트업 시청률이 생각보다 너무 낮아서 놀랐다. 주변에 보는 사람도 많은 편이고 화제가 되고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5%에 그쳐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정모(23)씨 역시 "한 회가 끝날 때마다 기사·커뮤니티 등에서 이슈가 되고, 60세를 넘긴 교수가 추천해 줄 정도로 화제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청률이 너무 낮다"며 "스타트업의 경우 케이블 드라마치고 많이 시청하는 편인데 시청률 집계를 TV로만 잡는 것은 실제 시청률과 동떨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모(22)씨, 김모(27)씨, 이모(26)씨도 “집계된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다”며 공감하지 못했다. 다섯 사람 모두 TV가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넷플릭스 결제 금액 추정 통계. [출처=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넷플릭스 결제 금액 추정 통계. [출처=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9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넷플릭스 결제 금액이 역대 최다인 462억 원, 결제자는 336만 명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월 184만 명에 비해 거의 두 배가량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마저도 신용카드, 체크카드 결제 금액 표본만을 조사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그 외 결제자를 합친다면 넷플릭스의 총 유료 사용자의 결제 금액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이는 시청률 집계 범주에 넷플릭스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시청률 집계 방식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tvN, OCN 등 케이블 채널과 JTBC,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지상파 시청률은 하락세를 탔다. 와중에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및 OTT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시청률 10% 실종 시대를 맞게 됐다. 시청률이 계속 하향 평준화하자 방송사들도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 콘텐츠를 생산해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미디어 산업에서 경쟁력은 단순히 플랫폼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시청을 유도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며, 미디어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 이용자가 몰리는 것 역시 시청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어떤 분야보다 트렌드를 신속하게 읽어내야 하는 산업에 속한다. 시청자의 이동에 따라 현실성 있는 집계 방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줄 알아야 하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를 꾸준히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신하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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