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디테일한 밀리터리 현실고증, '장삐쭈'의 신병
[미디어와 나] 디테일한 밀리터리 현실고증, '장삐쭈'의 신병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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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하나있다. 바로 '군대'다. 이 짧은 단어는 입대예정자에게는 두려움이고, 예비군에게는 즐거운 추억거리다. 단 두 글자만으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아낼 수 있는 단어는 많지 않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모두 담겨있는 군생활의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 현실성을 두루 갖춰 만든 콘텐츠가 있다.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신병>이다.

장삐쭈의 <신병>은 2019년도 1월,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원래 단편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으나 다양한 공감요소를 바탕으로 1화부터 1200만회라는 엄청난 조회 수를 달성했다. 이후 큰 인기를 얻은 <신병>은 시리즈물로 발전해나갔다.

나 역시 <신병>이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던 시기에 육군 상병으로 군복무를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처음으로 <신병>을 보았던 날 한참을 웃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군인이 아닌 누군가가 극사실주의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신물나던 군생활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니 이것만큼 재밌는 것이 없었다.
 

▲ 신병시즌2_3화 전역편 전역하는 자신을 배웅하러 위병소 앞가지 나온 후임들에게 심진우 병장이 열성적으로 경례를 하는 상황이다. ⓒ 유튜브 채널 '장삐쭈'
▲ 신병시즌2의 3화 전역편. 전역하는 자신을 배웅하러 위병소 앞가지 나온 후임들에게 심진우 병장이 열성적으로 경례를 하는 상황이다. ⓒ 유튜브 채널 '장삐쭈'

현실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들은 이 콘텐츠가 왜 평균 조회 수 600만회를 기록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병>시즌 1은 14부작으로, '이병 박민석'의 자대배치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대고참이 이등병인 척 하고 신병을 약 올리는 에피소드, 야간초소경계근무 중에 귀신에 홀렸던 순간, 불침번 근무 중 부사수가 선임병의 이름을 착각해 다른 선임병을 깨우는 난감한 순간 등 군대에서 겪었던 당혹스러웠던 순간들도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수많은 예비군들을 공명하게 하는 장면도 있다. <신병 : 시즌2>에서 전역을 앞둔 심진후 병장이 이병 박민석에게 "안 되는 건 안 시킨다, 하면 다 된다.", "중간만 가라는 말 듣지 마라, 열심히 하면 나중에 다 돌아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가히 나를 비롯한 수많은 예비군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 신병2_2화 아침점호편_후임들의 군기가 빠진 것 같아 화가 난 최일구 상병이다. _빛을 활용한 연출_일병박민석의 시선을 보여준다 ⓒ 유튜브 채널 '장삐쭈'
▲ 신병2의 2화 아침점호편. 후임들의 군기가 빠진 것 같아 화가 난 최일구 상병이다. 빛을 활용한 연출 일병 박민석의 시선을 보여준다 ⓒ 유튜브 채널 '장삐쭈'

이 콘텐츠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뛰어난 연출력도 한 몫 한다. 특히 오디오와 내레이션 디테일은 군대의 현장감을 부각시키는 것을 넘어 증폭시킨다. 병사는 일과시간에 개인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는 탓에 중대행정반에서 실시하는 집단방송을 통해 전달사항을 숙지한다.

장삐쭈의 <신병>은 이런 사소한 군대막사 내 전파방송에도 미친 디테일이 숨겨놓았다. "행정반에서 전파합니다↘(귀찮으면서도 정확한 발음이 특징)"와 같은 당직병 특유의 말투를 소름끼치게 구현해낸 것은 기본이고, 말을 하기 전에 마이크에 "후후" 바람을 불어 소리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은 예비군과 현역군인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군필자라면 200%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다. 거기에 방송되고 있는 스피커 너머 멀리서 들리는 화난 당직사관(대체로 병사들이 '총기함 열쇠'를 반납하지 않아 화를 낸다)의 목소리까지. 이 정도의 완벽한 오디오 디테일을 구현한 군대콘텐츠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다.
  
장삐쭈의 <신병>은 '디즈니'사에 비견할 만큼 역동적이면서 입체감을 주는 3D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신병>은 간결한 그림체이지만 이 콘텐츠가 보여주는 미장센들은 2D 애니메이션의 부족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간결하지만 부족함이 없다. 영상미학에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는 빛의 활용이 중요하다. 장삐쭈는 <신병>에서 빛의 명암을 활용해 군대 특유의 긴장된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이완시키는 연출을 통해 특정한 감정에 절정으로 도달한 인물의 심리를 자세히 보여준다.

또한 장삐쭈는 최근 <신병>의 두 번째 시리즈인 <신병:시즌2>에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부감(위에서 아래를 보는 앵글)과 클로즈업기법까지 연출해냈다. 부감을 이용한 구도는 인간을 위축돼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거기에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도 빼놓지 않았다. 군대 스토리에 빠져서는 안 될 병사의 감정요소를 놓치지 않으려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2D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앵글과도 같은 영상구도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신병>이 세상에 선보여지기 이전에도 군대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있었다. 그러나 장삐쭈의 <신병>만이 지니는 차별점은 무엇보다 '병사들의 삶'에 집중하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MBC의 예능이었던 <진짜사나이>는 다양한 부대의 작전과 일과들을 소개했지만 군대의 이면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tvN에서 방영했던 불후의 명작인 군디컬 드라마 <푸른거탑>도 재밌는 작품이지만 지나친 과장과 후반부로 갈수록 상황극의 비중이 높아져 몰입이 깨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폭력적인 씬들이 많아 구타가 거의 사라진 현대의 군대상과 적합하지 못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고, 보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쉬운 접근성과 사람에 초점을 맞춘 군대컨텐츠이며 재미요소를 넘어 여운을 남기는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신병>을 소개하고 싶었다. 내가 유일하게 2년이라는 장시간에 걸쳐 꾸준히 시청한 콘텐츠이기도 하고 말이다.

▲ 신병 8화 유격행군편. 유격행군 도중 배가 아픈 최일구 상병에게 복통의 이유를 소대장이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유튜브 채널 '짱삐쭈'
▲ 신병 8화 유격행군편. 유격행군 도중 배가 아픈 최일구 상병에게 복통의 이유를 소대장이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유튜브 채널 '짱삐쭈'

<신병>이 단순히 군대의 이야기만 다뤘다면, 평균 조회 수 600만 회(시즌1기준)에 육박하는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예비역들이 <신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현실고증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스토리와 디테일이다. 거기에 평범하지는 않지만, 군대 어디에나 한 명씩 있을법한 캐릭터의 구성은 공감을 더한다.

<신병>이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예비군들은 추억을 회상한다. 희망사항이 있다면 이 회상의 과정을 통해 사회생활로 지쳐있을지 모를 예비군들이 나름의 자부심을 갖길 바래본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진 않았지만 반드시 존재해야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자부심을 말이다. 또한 장삐쭈의 <신병>을 통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이들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군인들의 고충과 희생정신을 알아주길 바라본다. "군생활도 했는데 무얼 못하겠느냐"라는 생각과 함께, 장삐쭈의 '완벽한 현실고증 군대콘텐츠 애니메이션 시리즈 <신병>'의 소개를 마친다.

이한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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