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뽀로로가 뽀통령이 되기까지
[미디어와 나] 뽀로로가 뽀통령이 되기까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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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아이들을 낳기 전, 부모가 아이들을 동영상 컨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시키는 것을 보고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했던 적이 있다. 바보상자라는 말이 정말 딱 어울리게도 아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화면을 응시할 뿐이다. 그런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아이는 저렇게 만들지 말아야지 수없이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였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하루에 30분 씩 꼬박 아이들에게 뽀로로를 틀어주고 있다. 주변 엄마들에 비하면 정말 적게 틀어주는 편이지만 아이들이 내 말을 전부 이해하고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 최소 초등학교 저학년이 될 때까지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던 다짐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예민한 내가 선택한 컨텐츠는 바로 ‘뽀롱뽀롱 뽀로로’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살고있는 숲 속 마을에 새로운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가 매회의 줄거리를 이룬다. 뽀로로는 이런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이름이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컨텐츠로 ‘뽀롱뽀롱 뽀로로’를 선택한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는 뽀로로가 바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국내산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내 또래의 친구들만 해도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아마 ‘톰과 제리’나 ‘스펀지밥’ 등 해외 애니메이션을 주로 시청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뽀통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막강한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에피소드들마다 심어진 교훈이 있어 아이들 교육이나 훈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뽀로로를 시청하는 유아기의 아이들, 생후 12개월~36개월 정도의 아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잘못된 행동들을 각 에피소드에서 보여주고, 그런 잘못된 행동들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나쁜 결과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개선된 행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지능, 언어, 사회적 적응능력과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 시기의 인격 형성은 한 인간의 전인적인 삶의 출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아기의 아이들이 배워야 할 점들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내어 올바른 방향으로의 행동교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뽀로로가 탄생하기 전 우리나라에 이런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유아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으로는 ‘텔레토비’와 ‘젤라비’가 있었다. ‘텔레토비’와 ‘젤라비’는 상상 속의 인물들끼리 가상의 공간에 머물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현실감을 주지 못하였다. 하지만 뽀로로는 실제 존재하는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현실감 있는 숲 속에서 새로운 동물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내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언젠가 등장인물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렘까지 가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동물들로 그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은 점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북극곰과 사막여우 같이 다양한 생태계의 동물들이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뽀로로를 구상할 때도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모두 동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성차별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여자로 나타나는 캐릭터는 두 명으로 ‘패티’와 ‘루피’가 있다. 9명이나 되는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서 여자 캐릭터는 두 명으로 비율적으로 적은 양상을 보인다. ‘루피’라는 캐릭터는 분홍색 비버로 유교사상에 입각한 전형적인 여성상을 띄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패티’라는 다른 여자 캐릭터가 나오기 전 시즌 1에서 모든 남자 캐릭터들이 ‘루피’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모두들 ‘루피’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루피’ 또한 자신이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전혀 거부감없는 모습으로 흐뭇해하곤 한다. 거기다 ‘루피’는 운동이나 무엇을 고치는 일에 소질이 없고 성격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소심하고 조용한 캐릭터로 나타난다.

이런 부분이 아이들에게 젠더 역할 개념에 대해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즌 2에서 ‘패티’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논란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패티’가 보여준 여성상은 ‘루피’에 비하면 당차고 운동신경도 남자 캐릭터들에 비해 뛰어나며 요리를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성차별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캐릭터들의 비율에서 남자 캐릭터들의 수가 월등히 많은 것 또한 나는 성차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되어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섬세한 캐릭터 표현과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 캐릭터들의 행동들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인 나조차도 열광하게 만드는 것 같다. 국내외로 유아기의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는 3893억원에 달한다. 이것은 2010년 서울사업통산진흥원이 추산한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로 뽀로로의 시장가치와 상품 수익,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뽀로로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국내에서만 220여 개의 업체의 3만 6천 명이 뽀로로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뽀로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또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뽀롱뽀롱 뽀로로’는 시즌 7(뉴시즌 1)까지 방송되었으며 시즌 8은 아직 예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선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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