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영원을 살아온 흡혈귀의 아픔과 비극을 그린 이야기
[미디어와 나] 영원을 살아온 흡혈귀의 아픔과 비극을 그린 이야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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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현혹'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나에게 있어 웹툰은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림체, 매끄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 특정 분위기 등등 다양한 것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야 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딱 맞는 걸 찾기가 어려워 많이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 개라도 개인적인 취향이 맞고 그 다음의 전개가 기다려지는 웹툰이면 꾸준히 봐왔었다. 그런 내가 소개하고 싶은 웹툰은 바로 <현혹>이다. 이 작품은 취향이 비슷한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하루 만에 정주행 하게 해준 ‘인생 웹툰’이었다. <현혹>은 네이버 금요일 웹툰으로 총 60화로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거의 끝에 막바지에 다다른 작품이다.

▲ 웹툰 '현혹'의 소개 화면. 사진=네이버웹툰 ⓒ NAVER WEBTOON
▲ 웹툰 '현혹'의 소개 화면. 사진=네이버웹툰 ⓒ NAVER WEBTOON

<현혹>의 시작은 윤화백과 송정화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1935년 경성, 가난한 화가 윤화백은 돈을 벌기 위해 한 저택의 주인인 송정화의 그림을 완성시켜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송정화가 ‘몇 백년 동안 살아온 늙지 않은 흡혈귀’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흡혈귀와의 생활이 너무 무서웠던 그는 탈출하고 싶었지만 송정화와의 ‘계약’으로 인해 탈출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윤화백이 이전 다른 화가들하고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송정화는 그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무슨 일을 겪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이 작품은 한 여자/흡혈귀의 슬픈 삶을 그린 내용이기에 분위기가 어두운 장면들이 많았고 그림체 또한 검정색, 색도가 높지 않은 색을 사용하여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또한 등장하는 이들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게끔 인물들을 독특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였으며, 이 웹툰의 주된 배경이 되는 ‘경성’과 ‘저택 안’, ‘1880년도 상해’ 같은 장소들도 매우 정교하게 그렸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인 ‘인물의 감정선’또한 명확하고 세밀하게 잘 나타내었다.

이렇듯 <현혹>이라는 작품은 전반적인 그림체뿐만 아니라, 시작부분에서는 ‘흡혈귀’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중간부분에서는 송정화의 과거 이야기를 내새워 스토리 전개의 기대를 느끼게 해 주었으며, 끝 부분에서는 대적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스릴감을 유발하였다. 이렇게 현혹은 세 파트의 조화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서 제목이 <현혹>인 이유는 보는 독자들의 관점에 따라서 달라진다. 윤화백이 송정화에게 현혹된 것일 수도 있고, 송정화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게 해준 평생을 사랑한 남자 ‘진린’에게 현혹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웹툰을 보고 있는 독자들이 비극적이지만 낭만적인 삶을 살아온 송정화에게 현혹된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제목이 정확히 시사하는 바를 확실히 판명 지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 웹툰이 주인공인 송정화에게 매료될 수 있을 만큼의 줄거리, 그림체, 인물들 특성, 몰입감 모두가 다 갖춰져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송정화’다. 그는 나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캐릭터였다. 송정화의 원래 이름은 ‘매화’로 제일 강한 흡혈귀 K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 진린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로 빠지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오래 진행될수록 그저 무서울 줄 알았던 인물이 사랑을 제일 필요로 하고, 연민과 자책감을 느끼는 따뜻한 모습을 지닌 부분들을 보면서 송정화라는 캐릭터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강하면서도 약한, 숨기려고 하면서도 결국은 다 내주는 송정화를 보면서 다른 웹툰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이런 캐릭터가 웹툰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성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웹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40화에서 송정화가 또다시 다가오는 위협으로부터 맞서는 장면이다. 자칫 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지만, 보는 독자들도 마음을 졸였을 정도로 긴장감 넘치면서도 애처로운 부분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또한 앞으로 송정화의 행보가 어떻게 나아갈지도 궁금해지는 상황이어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명장면이다.

여기서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스릴러 같은 부류를 선호하는, 그리고 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웹툰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매회 가슴 졸이는 전개와 다소 잔인하고 무섭지만 세밀한 그림체 같은 것도 이 작품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두운 공포적인 요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보다 인간 같았던 흡혈귀’ 같이 독특하고 신선한 주제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긴장감을 조성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도 인물들의 안타까운 서사를 포함하여 매회 기다려지게 만드는 기대감과 몰입감을 부여하는 줄거리, 장르들을 찾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다.

이 웹툰에서 ‘비극적이지만 낭만적인 삶’을 살아온 주인공에게 이입될 수밖에 없는 독자들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액션신과 사랑하지만 인연을 이어갈 수 없는 슬픈 장면, 저택에서 일어나는 무섭고도 미스테리한 상황들에서 한눈도 뗄 수 없을 만큼 빠져들 것이다. 지금까지 영원을 살아온 흡혈귀의 슬픈 이야기를 그린 웹툰, 필명 ‘홍작가’의 작품 <현혹>이었다.
이수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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