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가져야 할 취재정신을 배운 시간
기자로서 가져야 할 취재정신을 배운 시간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0.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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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하계 인턴 취재기 & 소감문

두 달간의 취재기자 인턴을 마쳤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인턴생활은 눈 깜짝할 새에 끝이 났다.

내 인턴 기간에는 “이번 인턴들만큼 경험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있었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난히도 굵직한 사건, 사고가 터졌다. N번방 관련 피의자의 신상공개 건부터 장대비에 아수라장이 된 수해현장, 곧이어 터진 의암호 참사까지 물밀듯이 쏟아졌다. TV나 휴대폰으로 편하게 보던 뉴스 내용을 현장에 나와 눈으로 직접 보니 한마디로 뜨거운 취재 열기에 압도됐다.

N번방 관련자의 신상 공개 관련 건으로 달려간 춘천 경찰서. 피의자를 찍기 위해 여러 매체의 기자들과 카메라가 경찰서 입구에 줄지어서 장사진을 쳤다. 피의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열띤 취재가 이어졌다. 현장 스케치를 해보라는 선배 기자님 말씀에 부랴부랴 수첩을 꺼내 들고 글을 적어 내렸다. 현장의 분위기, 사람들의 몸짓과 목소리 톤까지도 잘 살펴야 한다는 선배님의 조언에도 나는 무척 서툴렀다. 스케치 내용과 피의자 발언을 정리해 선배님께 보내드렸다. 처음 겪은 현장은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갔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나 홀로 하는 첫 취재를 갔다.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자 직격탄을 맞은 대학가 상인들의 어려움을 듣고자 현장으로 갔다. ‘과감하게 가게에 들어가 상인들을 인터뷰해야지’라는 머릿속 생각과는 달리, 가게 안으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기사에 담을 풍부한 내용을 잘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심호흡을 하며 가게 문을 열고 인사한 뒤 질문에 들어갔다. 걱정과는 달리 상인 분께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곳 저곳 발품 팔아 취재를 하다 보니 상인들의 어려움은 예상한 것 보다 더 심각했다. 현장을 가보니 통계로는 보이지 않던 상인들의 눈물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기자실로 돌아와 기사를 쓰고 선배님이 엉성한 내 글의 군더더기를 빼고 살을 붙여 숨결을 불어 넣어주셨다. 그리고 기사가 올라갔다. 처음으로 내 이름이 걸린 기사가 나가자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철원으로 출장을 가던 중 선배 기자님이 해준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 가면 미처 몰랐던 이야기나 놓친 사실을 들을 수 있으니 현장을 가라!“, “현장을 갔다 오고 쓴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는 차이가 난다. 현장에 갔다 오면 훨씬 더 질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강원도 철원 수해현장을 가보니 현장은 처참했다. 농민들이 어렵게 키운 농작물들은 수마가 무참히 할퀴고 갔다. 폭격을 맞은 듯 쓰러진 비닐 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선배님은 질퍽질퍽한 진흙 길을 걷다 지나가는 농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폭우로 몸을 피한 이재민들의 대피소도 둘러봤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현장을 충분히 담은 기사가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피해 상황이 적힌 보도자료만 가지고 겉핥기 식으로 쉽게 쓴 기사는 절박한 현장의 소리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또 다른 선배님도 “현장에 답이 있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이~~만큼 취재를 많이 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여러 선배님들이 한 목소리로 철저한 취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해서 먼저 좋은 재료가 필요하듯 풍성한 취재내용이 있어야 좋은 기사가 탄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생스럽더라도 현장 이야기를 듣고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쓴 기사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짜 기사임을 되새겼다.

인턴 기간 중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의암호 참사’다. 경찰관, 공무원, 기간제 근로자 등 거센 물살을 뚫고 의암호에 있는 수초섬을 고정 시키는 작업을 하다 배가 전복돼 변을 당한 일이다. 처음으로 현장으로 간 날 그곳은 혼란만이 가득했다. 대책 본부에서는 사고를 수습하려는 공무원들, 취재하는 기자들이 정신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선배 기자님은 식사도 거른 채 취재에 몰두했다.

정부의 사고 수습 브리핑 중 실종자의 가족 한 명이 “나 이 사람들 못 믿어요 그러니까 언론이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고 무릎을 꿇은 채 울부짖었다. 정부가 답답한 답변만 늘어놓는 가운데, 어디에 하소연할 곳 없는 실종자 가족들이 자신의 억울함 좀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 절박한 모습에 언론의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객관적이지 못한 언론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전달을 안 하는 언론은 존재 의미가 없다”라는 에드워드 리턴의 말처럼 기자는 사회적으로 덜 관심 받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중에 전달해줘야 함을 깨달았다.

기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번 인턴프로그램은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2020년 여름, 치열했던 취재현장 한 가운데에 나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두달 동안 ‘기자로서 가져야 할 취재정신’을 배웠다. 막막하기만 했던 취재과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배우면서 기자로 나아가는 길에 한 발짝 나아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정진할 것이다. 항상 챙겨주시고 값진 경험을 선물해주신 연합뉴스 강원취재본부분들께 감사한다.

문현호 대학생기자(언론방송융합미디어·4)

 

[아래는 문현호 대학생 기자가 인턴 기간 취재했던 기사 및 개별 기사에 대한 간략한 소감입니다. 앞으로 인턴생활을 하게 될 미디어스쿨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기사1 : 2020년 07월 11일) 대학가 수개월째 '발길 뚝'…상인들 "빚만 쌓이고 막막" 한숨

https://www.yna.co.kr/view/AKR20200710121700062?input=1195m

코로나19로 상인들의 경제적 타격이 큰 가운데 ‘대학상권’에 초점을 둔 르포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실제로 한림대와 강원대 주변 상권들을 둘러보며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살펴봤습니다. 특히나 강원대 후문 상가 주변에는 ‘임대’가 적힌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이미 자리를 비운 점포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이기도 한 상인의 모습에 안타까웠습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살펴보고 인터뷰를 해보니 몰랐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보도자료나 자료조사 보다 현장에 나가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기사2 : 2020년 7월 28일) '추억만 남겨주세요'…버려진 양심에 청정 계곡 '멍투성이'

https://www.yna.co.kr/view/AKR20200727145000062

춘천시는 여름철 계곡 마다 특별 관리 인원을 두고 관광객들이 두고 간 쓰레기와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춘천시 내 주요 계곡에 찾아가 보니 역시나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하루 빨리 시민의식이 개선되어 해마다 때 되면 등장하는 관광지 쓰레기 기사가 더는 나오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사3 : 2020년 8월 12일) "뭐하러 빨리가" "하늘이 원망" 순직 경찰관 '눈물 영결식'(종합)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2087851062

춘천 의암호 참사로 숨진 경찰관의 영결식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영결식장은 하루아침에 고인을 떠나 보낸 가족과 경찰 동료들의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처음 가본 영결식에서 수 많은 인파와 울음 소리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 분위기를 수첩에 적어 내려야 했습니다. 슬프다고 취재를 부실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현장 분위기에 매몰되지 말고 냉정을 지키며 취재를 해야함을 느꼈습니다.

(기사4 : 2020년 8월 18일) "별이 될 당신을…" 의암호 순직 공무원 영결식 '눈물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8078700062

의암호 참사로 희생된 이영기 주무관의 영결식을 취재했습니다. 낳은 지 얼마 안된 갓난아기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에 더욱 마음 아팠습니다. 앞서 의암호 사고 대책본부에서 취재했던 기간 내내 유가족들을 봐온 터라 그분들의 슬픈 감정에 더욱 공감됐습니다. 이 사고의 진상이 하루빨리 밝혀내 숨진 희생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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