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장시간 과로’ 위험 노출
한국인 ‘장시간 과로’ 위험 노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0.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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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OECD 연평균보다 34일 가량 더 일해

택배근로자들 ‘올해만 과로사 7명“ 주장

추석을 앞두고 택배노조의 파업 예고, 철회 등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 장시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21일부터 파업 돌입을 예고한 것은, 사상 초유의 ‘비대면 추석’을 앞두고 택배물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폭증할 것이 예상됐으나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파업은 정부와 택배업계가 추석 기간 분류·배송 지원인력 등 하루 평균 약 1만명을 추가 투입키로 하면서 일단 철회됐지만 ‘배달 전 물품의 배송지별 분류 작업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은 셈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 대책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30% 증가한 반면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올해 들어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으며, 업무 과중과 지병이 겹친 사례 등을 포함한다면 이보다 많은 사망자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단 택배노동자 뿐 아니라 다수의 국내 노동자들이 ’장시간 과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005시간으로 두 번째에 해당하며 OECD 평균 시간보다 271시간이 더 많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거의 34일 가량을 더 일하는 셈이다.

장시간 과로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건강장애 중 뇌·심혈관계 질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업무상 질병 사망 가운데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016년의 경우 전체의 37.1%에 이른다. 또,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자살 가운데 상당수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자살로 추정될 정도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과로사 등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에 산업현장의 과중노동 관행을 규제하고 과로사를 적극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체계는 매우 열악하다. 과로사 등을 예방하는 법제로 작동되어야 할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은 과로사 예방을 위한 규정을 명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후조치라 할 수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엄격한 재해인정 기준으로 과로사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과로성 질환인 뇌·심혈관계 질환의 업무상 질병 승인율은 다른 질환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박준식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제조업에 의존한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위험하고 힘든 장시간 노동체제가 많은 사업장들에 만연해 왔고, 이에 대한 고용주와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 최근까지 제대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지 않았다”며 “최근들어 노동존중 의식이 성장하면서 제대로 원인 파악이 어려웠던 과로사 문제도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교수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과로사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많은 연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사고나 죽음 이외에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스트레스, 근무 조건 등의 문제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위험을 가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산재보험 제도의 미비점들을 점검하고, 국민 누구나 아플 때 쉴 수 있는 '상병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혜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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