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14주 내외 허용설’... 여성계 반발
‘낙태죄 14주 내외 허용설’... 여성계 반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0.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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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낙태죄 폐지는 임신주수와 관계 없어야

법무부·여가부, 낙태죄 원천 비범죄화하자는 입장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기대했던 여성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청구 심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17개월간 침묵해 왔다. 21대 국회는 낙태죄 관련 법안을 하나도 발의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이같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5개 부처가 진행한 24일 회의에서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낙태죄를 원천 비범죄화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타 부처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낙태죄를 처벌하지 않는 '임신 주수'에 대한 논의 자체는 8월 발표된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와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원회는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의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되며,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차별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며 낙태죄 전면 폐지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의당은 24일 성명을 내어 “‘여성의 신체 안전을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명목하에 임신 주수로 낙태를 제한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포장한다고 해도 여성의 재생산권과 임신,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이제 국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여성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3일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완전 폐지로 후퇴가 아닌 진전을 택하라’는 논평을 내고 정부의 낙태죄 유지 시도를 비판했다.

인의협은 "(정부의 논의 방향이) 국가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심각한 역사적 후퇴라고 판단한다"며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고, 처벌과 허용의 구도로 다시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과 성교육 실현으로 나아가라”고 촉구했다.

또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처벌이 아니라 장애, 질병, 연령, 국적이나 인종, 경제적 상태 등에 따른 삶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국가가 책임져 개선하고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 모두를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네티즌들은 “임신 14주면 상황에 따라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월경 주기가 오락가락하는 여성이면 자칫하다가 시기를 놓쳐 낙태죄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법적 처벌 대상에 남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예솔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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