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점점 주는데…20대 기부 생각 더 없어지나
기부 점점 주는데…20대 기부 생각 더 없어지나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9.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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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명 간이 설문 결과 70%가 “생각 없다”… “정의연 등 투명성 강화 대책 절실”

매년 기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나눔의 집 논란으로 청년층, 특히 20대의 기부 의향이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나 기부단체 감시 기관 설립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전국 기부율은 2011년 36.4%였으나 2015년 29.9%로 20%대로 내려선 뒤, 지난해 25.6%로 해마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반등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나눔의 집이 후원금 운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이러한 분노는 특히 20대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20대 대학생 66명을 대상으로 ‘기부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무려 66.7%인 44명이 이번 논란으로 인해 ‘기부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고 응답했으며 69.7%인 46명은 ‘앞으로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명 단체에서 이런 문제가 터져 다른 기부단체도 의심된다’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채워지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 ‘각박한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었다’며 반감을 표했다.

나눔의 집 정기 후원을 끊은 박창희(25)씨는 “기부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감이 들었다”며 “기부금 사용 내역도 공개 안 하는데 내는 의미가 있나. 기부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등 돌린 20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20대 대학생들이 응답한 이번 논란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보완책에는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가 56.1%로 가장 많았고(복수응답), ‘주기적인 회계 감사’(40.9%), 후원자들의 불만·문제 등을 제기할 창구 운영(34.8%)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일본 등 기부 선진국은 기부단체의 자산과 수입에 대한 정보 공개가 엄격하다. 미국의 경우 200여개의 감시 기관에서 기부단체의 재정이 투명한지, 기부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등을 분석해 공시하고 있다. 또 외부감사에서 허위·부실공시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면 지정기부금 단체지정을 취소하고 자격을 박탈한다. 일본도 조직운영, 사업활동 적정성 등 8개의 요건을 두고 이를 충족한 법인에 대해서만 세제 등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국내 지정기부금 단체는 지정후 6년간 별다른 심사를 거치지 않고 서류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후관리를 위해 매년 단체가 기부금 사용내역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의무 이행 여부 점검결과를 제출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걸러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 이러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기부포비아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내 기부 문화는 앞으로 계속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기부포비아는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지 확실하지 않아 기부를 꺼려하는 심리상태다. 기부단체가 신뢰를 되찾고 20대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못지않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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