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독감 백신까지, 2중 폭탄
코로나19 재확산에 독감 백신까지, 2중 폭탄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9.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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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 트윈데믹 상황에 신뢰도↓ 불안감↑

방역당국, 최악 대비한 정책적 판단 필요

질병관리청이 22일부터 예정됐던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무료 독감 백신이 배송과정에서 상온에 방치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코로나 블루 등 예민해진 사회적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백신 물량을 걱정하며 너도나도 유료 예방접종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한 백신 500만도즈(1회 접종량)의 상온 노출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품질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검사는 무균시험 기간을 고려해 최대 2주가 걸린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더라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예산을 편성해도 독감 백신 물량을 즉시 구할 수 없고, 백신의 추가 생산 가능성도 현저히 적어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더라도 표본 검사이기 때문에 접종할 때 마냥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표본이)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사용해도 좋다는 결과를 내놓고 큰 부작용이 없다 한들 백신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마냥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윈데믹(유사한 질병이 동시에 유행함) 상황에서 공포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비교적 건강한 20~50대가 유료 백신을 급하게 맞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독감에서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 집단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무료접종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올해 최초 무료접종 대상에 추가된 인구가 만 13~18세(285만 명), 만 62~64세(220만 명)으로 약 505만 명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 백신 물량과 거의 동일하다.

정형준 보건의료시민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전 국민 무료접종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확산됐다”면서 “5000만 명 중 3000만 명만 우선순위에 따라 접종해도 전파 경로가 끊기기 때문에 충분히 방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상온 노출 사태는 트윈데믹을 야기하는 심각한 위기이다. 백신 유통 업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국내 백신 유통 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강화해야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유통을 맡았다고 하지만 정부가 조금 더 철저하게 관리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당국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신고를 통해 알았다는 점에서 부주의한 유통 관리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나아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인 지금, 백신 유통의 철저한 관리 체계 구축은 필수적이다. 현재 알려진 코로나19 백신 후보들의 경우 보통 영하 20도보다 낮은 온도로 유지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검사에 들어간 문제 백신 500만도즈 물량 중 사용 가능한 백신의 양이다. 만약 전량 사용 불가 판정이 내려진다면 사회적 위기와 불안감을 잠재우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최악을 고려한 방역당국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정부는 품질검사 이후 접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며, 이미 접종한 무료 백신들은 문제 백신과 다르다고 전했다.

신하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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