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리 없는 울음… ‘돌봄 사각지대’
아이들의 소리 없는 울음… ‘돌봄 사각지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9.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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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돌봄 공백 심화될 것

개개인을 위한 섬세한 돌봄 체계 필요

인천의 초등생 형제가 어른 없이 라면을 끓이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동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형제의 어머니가 과거 자녀들을 방임한 혐의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3차례 신고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원 판단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돌봄 공백이 늘어나면서 부족한 돌봄 사각지대의 피해가 비단 인천 형제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17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경 인천에서 초등생 A(10)군, B(8)군이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 나 119에 "살려주세요"라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형제 집을 찾아가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형제는 중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끼니를 직접 챙겨야 했던 형제를 돌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형제의 어머니는 사건 전날 밤 외출 후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거에도 자녀들을 방임한다는 이웃 주민 등의 신고가 3차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5월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형제와 어머니를 격리시키는 피해아동보호 명령을 인천가정법원에 청구했지만 법원은 형제가 1년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받을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로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예고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청에 따라 형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YTN 뉴스 보도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동학대 범죄의 잔혹성이나 피해 아동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 선고가 난 게 많이 아쉽다. 법원의 선고 형량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우리나라는 중상 및 사망 외에는 보호처분을 일관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재학대가 많이 발생한다. 저희는 이 가정처럼 학대 신고가 반복된 경우에는 반드시 분리조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인천 형제의 사건을 통해 아동 돌봄의 사각지대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인 현재 돌봄 공백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대면 돌봄이 적어지면서 실질적인 방안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세밀한 단위에서 취약 계층 아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체계 마련을 넘어 전문가가 아동 개개인을 섬세하게 신경 쓸 수 있도록 모니터링 단위를 좁혀 돌봄 서비스를 지원해야 된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상태 경우에는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는 지역사회가 개입해서 도시락 배달봉사라든지 직접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전혀 도외시되고 있다"며 "위기가정에 한해서라도 직접 1:1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개입돼야 된다. 그것도 안 된다면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위기아동들을 찾아가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이는 아동뿐 아니라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 역시 사회가 실천해야 할 아동복지의 중요한 부분이다. 아동이 직접 위기아동이라는 것을 알려야 지원받을 수 있다면 돌봄 체계가 현저히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기 전부터 아동 개개인의 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섬세한 보호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신하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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