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어, ‘덕분에 챌린지’ 너머의 실태
한국수어, ‘덕분에 챌린지’ 너머의 실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8.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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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각장애우 37만7천여명…절반 이상 “통역사 화면 크기 작다”

코로나19 브리핑 현장에서의 수어 통역 증가, 의료진 헌신에 감사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확산 등으로 수어 사용에 국민들이 더 자주 노출되면서 청각장애우들의 소통 권리 증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현황에 의하면 2019년 12월 기준 청각 장애우는 37만7,094명, 언어 장애인은 2만1,485명에 달한다. 이들의 언어권과 삶의 질 향상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한국수화 언어법 제1장 1조에 따르면,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가 제시돼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고유 언어로 청각·언어 장애우들의 언어권이 보장돼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법에 규정된 수어 자체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 전 청각장애우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별 청각장애인들의 말(독화)이해 정도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가 각각 28.6%, 28.6%.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가 각각 25.4%, 22.3%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절반을 넘어섰다.

일상 소통의 불편함은 방송매체를 시청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남녀 청각장애인들이 방송을 접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자막인데, 각각 74%, 80.3%로 가장 높다. 이보다 약간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수어 통역으로 남녀 각각 71, 72.3%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남녀 각각 18.5, 10.0%로 대부분 수어 통역과 자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어 통역, 자막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방송매체를 정상인처럼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2018 방송 접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수어활용조사」] *다음 결과치는 가중치가 적용된 값임.
△ 2018 방송 접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수어활용조사」] *다음 결과치는 가중치가 적용된 값임.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방송매체의 자막 서비스도 청각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막 문장이 어려워서 이해가 안된다’이다. 이밖에도 ‘자막과 화면이 맞지 않는다’와 ‘자막 속도가 빠르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018년 수어 통역 서비스가 이해 안되는 원인,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수어활용조사」]
△2018년 수어 통역 서비스가 이해 안되는 원인,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수어활용조사」]

수어통역 서비스 역시 청각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이 없지 않다. 이 중 가장 큰 원인은 ‘수어통역사의 화면 크기가 작다’로 남녀가 각각 50.2%, 56.1%로 절반을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수어 통역이 정확하지 않다’와 ‘수어 속도가 빠르다’ 등의 원인들이 농인들의 방송매체 이용에 불편을 주고 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상황 브리핑에서 수어통역 서비스가 제공된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행정 분야에서 수어 통역 서비스 제공 사례가 느는 추세다. 지난 14일 충남도는 도청 민원실 방문 민원인을 대상으로 수어 실력이 우수한 공무원을 통역관으로 지정, 맞춤형 민원 통역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공 수어 통역과 관련, 어떤 수어가 새로 생기고 있는지 수시로 조사하고,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수어를 지속적으로 선정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해 향후 수어 사용 확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은주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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