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흉폭해지는 소년범죄, ‘처벌 강화만이 답?’
나날이 흉폭해지는 소년범죄, ‘처벌 강화만이 답?’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7.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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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건수는 42% 감소, 공판 청구는 19% 늘어…일하면 재범 기간 길어져

지난 3월, 차를 훔쳐 탄 10대 소년 8명이 경찰과의 추격전을 벌이며 신호를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중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뒤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피의자들은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촉법소년(10~13세)’에 해당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N번방 사건’의 주요 공범인 ‘부따’ 강훈 또한 2001년 생으로 만 18세 미성년자다. 경찰청 관계자에 의하면 “‘N번방 가입자’ 중에는 중·고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 가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년범죄가 이따르자, ”소년법을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년사범은 2010년 기준 10만4,998명이던 것이, 지난해 7만5,197명으로 28.4%가 감소했다. 하지만 소년사범의 형사사건 수가 줄었다고 소년 범죄의 심각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검찰청은 “지속적으로 소년사범은 감소되고 있지만, 흉악범·성폭력사범은 느는 추세” 라고 전했다.

소년사범, 수는 줄어도 죄질은 나빠져

실제로,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벌금형이 선고되는 약식재판을 청구한 건수는 2010년 3,283건에 비해 2019년 1,900건으로 42.1%가 감소했다. 반면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공판 청구 건수는 2010년 3,572건에 비해 2019년 4,255건으로 19.2%증가했다. 이처럼 약식 재판 건수는 대폭 줄고 공판 청구 건수가 증가한 것은 죄질이 나쁜 소념 범죄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2010~2019 소년 사범 범죄 형사사건 처리현황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2010~2019 소년 사범 범죄 형사사건 처리현황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2010~2019 소년 사범 범죄 형사사건 처리현황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2010~2019 소년 사범 범죄 형사사건 처리현황 (출처 :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이런 상황에서 소년범죄 처벌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수치도 보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서울소년원 재원 보호소년 150명, 김천소년교도소 재소 소년수형자 82명을 대상으로 처벌 전력을 조사한 결과, 소년 교도소 수감, 형사법원에 의한 선고유예·집행유예와 같이 엄격한 처벌을 받은 경우일수록 재범빈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8년 소년범의 처분 및 처벌 그래프출처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한국아동·청소년데이터아카이브(https://www.nypi.re.kr/contents/site.do)]
△ 2018년 소년범의 처분 및 처벌 그래프출처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한국아동·청소년데이터아카이브(https://www.nypi.re.kr/contents/site.do)]

그렇다면, 소년 범죄 처벌에 대한 국민 인식은 어떨까.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소년범죄 처벌수위 인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녀 응답자 모두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이 각각 92.5, 91.4%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소년 범죄 예방은 단순히 엄벌을 통해 해소되는 게 아니다. 소년비행의 원인, 다양성, 아동 발달과정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소년법의 개정·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 뿐 아니라 기존 소년범들의 재범을 어떻게 일반인으로 성장시킬 것인가의 관점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한국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출원(소)후 일을 한 소년범들은 평균 10.02개월 후에 재범에 이르렀고 복학(준비), 검정고시준비, 자격증 및 직업 훈련 등 교육을 한 소년범들은 8.36개월 후, 출원(소) 후 한 일이 특별히 없던 소년범들은 평균 5.85 개월 후에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소년원 146명, 김천소년교도소 80명을 대상으로 ‘출원(소) 후 자신의 재범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에 대해 실시한 설문에서도 “일이 필요하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취업을 통합 생계 안정’이 전체 226명중 70명(31.0%)로 ‘비행친구와의 교유 단절’(76명, 33.6%)

법무부는 지난 4월 23일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청소년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범죄는 저연령화·흉포화 하고 있어 성인들처럼 엄하게 처벌하고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까지 있었다”며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마련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논의와 정책 제안을 받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년범죄 대책으로 처벌 강화 이외에 어떤 방안들이 제시될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은주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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