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리뷰]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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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 내 최초 직장 내 성희롱 소송 그려

[뉴스작성기초1(04분반)을 수강하고 학기가 끝난 뒤 추가 작업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리뷰입니다. 편집자주.]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의 공식 포스터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의 공식 포스터

생각해보면 언제나 상사의 말이 재밌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상황에서든 나보다 윗사람은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들에게 잘 보이려 재밌지 않은 농담에 웃어본 경험은 아마 모두에게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만약 그 농담이 성적인 내용이었다면, 당신을 희롱하는 말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여기 상사의 지속된 성희롱에 고소로 대응한 한 여성이 있다. 바로의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속 '그래천 칼슨'(니콜 키드먼)이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미국 최대 방송사 폭스뉴스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고발을 담은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주요 등장인물 중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을 제외한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래천 칼슨'(니콜 키드먼),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는 모두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이다.

영화는 트럼프와 메긴 켈리의 논쟁으로 시작된다. 2015년 미국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발언을 한다. 당시 진행자였던 메긴 켈리에게도 'Bimbo'(섹시하지만 골 빈 여자를 칭하는 비속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논쟁 이후 메긴 켈리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 상황의 가해자는 트럼프였는데 말이다.

각종 언론에 그녀에 대한 막말이 보도되고 그 상황에 지친 그녀가 가족과 함께 떠난 휴가에서 파파라치가 따라붙는다. 대략 1년간 트럼프와의 논쟁으로 시달린 그녀는 트럼프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자신을 힘들게 한 트럼프와 다시 만난 그곳에서 그녀는 사이다 발언을 내뱉었을까?

이 영화 속의 주요한 배경은 폭스 뉴스이다. 폭스 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는 뉴스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바로 '뉴스는 시각매체'라는 것. 따라서 뉴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다리를 부각시킬 것을 강조한다. 방송에 나오고 싶었던 여성 앵커들은 바지가 아닌 치마를 선택해야 했고, 다리를 드러내야 했다. 로저 에일스의 이런 강요는 옷차림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성공하고 싶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여 달라고 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충성심이란 무엇일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충성심을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로저 에일스가 원하는 것은 성적인 행위라는 것을.

극 중 폭스에서 일하는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래천 칼슨(니콜 키드먼),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이 사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장면. 세 여성은 모두 로저 에일스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사진=밤쉘 스틸 이미지]
극 중 폭스에서 일하는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래천 칼슨(니콜 키드먼),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이 사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장면. 세 여성은 모두 로저 에일스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사진=밤쉘 스틸 이미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

그래천 칼슨도 로저 에일스의 성희롱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왔다. 로저 에일스는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은 그녀를 비인기 시간대의 방송으로 옮겨버리고 끝내 해고시킨다. 그래천 칼슨은 해고 이후 2016년 7월 당시 미디어 산업 내직장 성희롱 소송을 최초로 진행한다.

그녀는 자신 이외의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증언을 기대했지만 피해자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고 자신의 피해를 증언한다. 그 결과 폭스 회장은 불명예 사임에 처한다. 그래천 칼슨의 용기 있는 행동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전달되어 추가 증언이라는 파도를 불러일으켰고 폭스 회장의 사임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희롱 발생장소는 회식장소가 43.7%, 사무실내가 36.8%로 나타났으며, 성희롱 행위자의 61.1%가 상급자였다. 이처럼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직장 내 성희롱은 흔히 발생하고 있다.

이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케일라 포스피실의 독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용기 내준 그래천 칼슨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내며 당신도 이 문제에 분노한다면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이난초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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