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녹화 강의가 훨씬 편하다”
대학생들 “녹화 강의가 훨씬 편하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7.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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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실습 과목 구분 없이 평균 75%가 녹화 강의 선호

“라이브 강의보다 녹화 강의를 보는 게 편해요.”

코로나 19 사태로 전국의 대학교가 비대면 강의를 진행해왔다. 대학생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 이른바 ‘사이버 강의’를 통해 대부분의 수업을 들어왔다. 이 사이버 강의는 교수의 강의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는데, 교수가 혼자서 녹화본을 따로 촬영해 학생들에게 메일로 전송하거나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일방향 강의방식이 한 가지 방법이다. 다른 한 가지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라이브(생방송) ‘대면’ 사이버 강의다. 라이브 수업은 교수가 혼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학생들도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할 수 있는 등 쌍방향 강의방식이다.

쌍방향 대면 사이버강의 프로그램 '줌'의 메인 화면
쌍방향 대면 사이버강의 프로그램 '줌'의 메인 화면

각 교수의 선호도나 수업 내용에 따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라이브 수업과 녹화 수업을 모두 경험해 봤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음 학기도 사이버강의로 진행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더 선호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가 비대면 강의를 경험해본 대학생 64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라이브 강의와 녹화본 강의를 모두 경험해 본 학생은 64명 중 58명으로 전체의 90.6%를 차지했다. 이들 중 이론에 관한 수업을 더 많이 듣는 학생은 31명(48.4%), 실기·실습수업을 더 많이 듣는 학생은 26명(40.6%)으로 비슷한 표본이 집계됐다.

이론 위주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녹화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은 26명(83.9%), 라이브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은 5명(16.1%)이었다. 실습 위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녹화본 19명(73.1%), 라이브 7명(16.9%)로 이론수업만큼은 아니지만 실습수업을 위주로 듣는 학생들마저 녹화 강의가 좋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이 녹화 강의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세한 필기가 가능하고 놓친 부분을 다시 들을 수 있어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다시 복습할 수 있다는 점이 주를 이뤘다. 또한 학습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것, 조용히 혼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수업이 사이버 강의로 대체돼 평일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학업에 방해받지 않고 일까지 병행할 수 있어 녹화 수업에 한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들이 대부분의 사유로 꼽은 것은 라이브 강의가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이모(22)씨는 “라이브 강의는 자꾸 끊기는 경우도 많고 가끔 마이크를 끄지 않은 학생들이 부모님과 나누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아르바이트하면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 뭘 먹으면서 듣는 사람도 있었다”며 “여러 사람의 소리가 들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정신이 사납고 수업은 집중이 되지도 않는다”고 라이브 강의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한편 라이브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출석의 의미가 있다는 것과 수업 간 교수와의 즉각적인 질문과 대답, 실습수업의 경우 피드백이 금방 이뤄진다는 점에서 녹화 강의보다 낫다는 평이었다. 또한 라이브 강의는 그 때 그 때 시간에 맞춰 들어야하기 때문에 나중에 듣겠다는 심산으로 미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모(25)씨는 “녹화본의 경우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수업이기 때문에 자꾸 미루게 된다. 그나마 라이브 수업이 꼬박꼬박 참여하기 불편하긴 해도 수업이 끝나면 마음은 편하다”며 “교수님과 같이 호흡하며 수업을 듣는 것이 서로 어색하지도 않고 진짜 수업을 듣는 것 같아 더 공부가 된다”고 라이브 강의의 이점과 녹화본의 한계를 이야기했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짐에 따라 “2학기도 사이버 강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가 대학 교육의 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그 변화는 장기적으로 한국사회 대학교육에 어떤 여파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익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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