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이해하는 힘, 뉴스일기
미디어를 이해하는 힘, 뉴스일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6.19 0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뉴스’라는 친구와 친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뉴스일기, 뉴스읽기> 공모전 개인 성인 부문 동상 수상자 고서연씨의 말이다.

지난해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국민들에게 뉴스의 분별력 있는 이용과 책임 있는 활용, 올바른 뉴스 이용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뉴스 일기’란 일상에서 뉴스를 접한 뒤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하는 일기를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작년 5월 공모전 신청자에 한해 1만 부의 일기장을 배포했고, 총 354건이 접수됐다.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 행사 사진(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 행사 사진(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제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은 일반인 누구나 참여 가능했으며, 이 중 제출 기간 내 최소 30회 이상 꾸준히 작성한 일기를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별했다. 약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5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시상식은 수상자들과 이들을 축하하기 위한 가족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수상자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은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로 소독을 마친 후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공모전 시상식은 1부 토크콘서트, 2부 시상식 순으로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에는 JTBC 오대영 기자와 중앙일보 이지상 기자, 한양대 정준희 교수가 참석했고,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숙명여대 대학원생 김라이씨, 금부초등학교 박우연 교사, 한양여대 신입생 정은진씨가 참석했다. KBS 신지혜 기자의 진행으로, ‘일상 속 뉴스’, ‘미디어 리터러시 & 팩트체크’, ‘기자라는 직업’, ‘질문 타임’ 등의 주제로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였던 ‘일상 속 뉴스’에서는 뉴스일기 공모전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접하고 소비하는지 알아보고, 언론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상자들이 어떤 경로로 뉴스를 접하는지 궁금하다는 이지상 기자의 질문에, 김라이씨는 “어릴 적부터 종이신문과 사설을 통해 뉴스를 접해왔다”며 “신문에 실려있는 사설과 주요 기사들의 표제들을 통해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우연교사가 대중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언론이 어떻게 하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정준희 교수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통되는 문제이며 특히 생산자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보도, 가짜성 보도를 생산해 사람들의 반응을 즐긴 언론인들이 정정 보도를 해야 할 상황에서는 정작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뉴스 중 옥석을 가리는 게 소비자다. 소비자들이 옥석을 가리는 걸 명백하게 해야 한다”고 뉴스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 팩트체크’였다. 정준희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그동안은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 리터러시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미디어가 영상이나 음성이 함께 더해져 문자라는 영역에서 벗어났다”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전면적인 커뮤니케이션 교육’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에서 ‘팩트체크’ 코너를 담당했던 오대영 기자는 팩트체크에 대해서 현직 언론인들도 아직 어려워하는 부분이라고 고백했다. 또 “미디어 매체들이 발달하기 전까진 정보에 대한 출처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단순했지만, 요즘같이 SNS와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출처가 다양해지면서 어떤 정보가 정확한 정보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팩트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기자는 팩트체크를 위한 방법으로 “먼저 다섯 개 정도의 언론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사실’인지 확인한 다음, 그 사실을 발표했거나, 검증해줄 수 있는 기관에 직접 이메일이나 전화로 물어볼 것”을 추천했다.

이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지상 기자는 기자가 된 이유로 “어느 날 ‘퓰리처상’을 받은 기사를 봤는데, 이 보도로 인해 반전운동이 시작됐고 전쟁이 멈추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 있었다”며 “그 기사를 보고 기자가 전쟁을 멈추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가서 기자활동을 했었고, 그 후 신문기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지상 기자는 “신문기자는 글로 기사를 남기는 직업이다 보니, 그게 굉장히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그 기록이 저에게 무게감, 책임감으로 남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와 이지상 기자는 이제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슬로우 뉴스’를 제작해야 하고, 팟캐스트와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기자들이 해야 할 몫이라며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지상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신문기자로서 정치, 사회 분야의 기사를 썼다”며 “지금은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듣똑라)’라는 팟캐스트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듣똑라는 ‘새로운 뉴미디어 분야에 대한 실험’이라며 “팟캐스트 제작을 하는 동안 저는 기자이면서 작가이기도 하고, 진행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순서였던 질문 타임에서는 뉴스 일기 작성 팁과 뉴스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김라이씨는 뉴스일기를 작성할 때 단계별로 실행해 나가는 것을 추천했다. 그녀는 “학창 시절에는 ‘기사 요약-나의 생각 정리’, 대학생 때는 ‘4단계 분석법(다른 관점에서 서술한 두 개의 뉴스를 비교·분석하고, 스스로 평가하기)’으로 일기를 썼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 후 뉴스일기를 작성할 때는 4단계 분석법을 기본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질문 5가지’를 접목해 일기장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또 김라이씨는 뉴스 일기를 쓸 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개발한 ‘스마트 미디어 시대 뉴스 분석법’과 ‘나만의 칼럼 쓰기’ 등의 방식을 적용했는데, 그의 뉴스 일기에는 뉴스 리터러시를 함양해가는 과정이 잘 담겼다는 심사위원의 평을 받았다. 그는 뉴스일기를 쓸 때 본인의 생각을 많이 기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생각과 경험, 아이디어(문제의 대안, 해결책 등)를 중심으로 일기를 작성하면 그 효과가 몇 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사장상을 수상한 김라이씨에게도 처음엔 뉴스 리터러시라는 말이 생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20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질문’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뉴스 일기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야 할지 생각해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수동적으로 뉴스 정보를 받아들였던 기존과 달리, “뉴스 콘텐츠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뉴스를 접하게 됐다”며, “분별력 있게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들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전파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뉴스 일기 작성 경험을 들은 이지상 기자는 “요즘 가짜뉴스로 인해 보도에 있어 회의감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진짜를 알아봐 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1부 토크콘서트가 마무리됐고, 2부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식은 “이번 공모전이 미디어 교육 중 가장 보람찬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는 민병욱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최고상인 ‘이사장상’에는 김라이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천안 봉명초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정지훈 교사의 지도로, ‘스쿨오브락’은 어린이 단체 금상을 수상했다. 이 팀은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어린이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후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적는 방식으로 공동 뉴스 일기장을 채웠다. 아이들을 지도한 정지훈교사는 “뉴스 일기를 단체로 작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아이들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어 뿌듯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에 숙제를 안 해오던 학생이 이 활동만큼은 재밌어하며 일기를 꾸준히 써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처음에 (뉴스 일기를)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한 달이 지나고 자발적으로 작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일기를 단체로 작성하기에 앞서 개인 일기부터 작성하도록 지도했다며, “개인 일기장으로 서서히 습관을 기른 후 자연스럽게 단체 일기장으로 넘어갔다”며 지도 방법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어린이 신문의 1면 기사를 매일 정독하고, 스크랩하며 단체 일기장을 채웠다. 정지훈 선생님은 “처음에는 뉴스의 내용을 요약하는 정도로 시작했다”며 “그런 다음 본인의 생각과 견주어 소감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며 단계적인 뉴스 읽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자들을 소개하면, 개인 어린이(저) 부문 금상에는 송아연, 은상에는 김지한, 신지민, 임태균, 동상에는 김혜윤, 박현진, 손지우, 신지원, 이민석, 정아성, 정주원이 수상했다. 개인 어린이(고) 부문 금상에는 김민주, 은상에는 김규희, 이윤서, 정은랑, 동상에는 김수린, 김유정, 박미현, 방은우, 안이슬, 오지원, 표정훈이 상을 받았다. 개인 청소년 부문 금상은 엄효진, 은상은 문태희, 이서현(구미여중), 이은채, 동상은 김찬미, 박시윤, 박주연, 범설아, 서준영, 이현지, 정은진이 수상했고, 개인 성인 부문 금상은 김현명, 은상은 우명희, 장연주, 정혜전, 동상은 간석영, 고서연, 김미니, 김중희, 신성애, 심유석, 엄승현이 수상했다. 또한 단체 부문에서 어린이 금상은 ‘스쿨오브락’, 청소년 금상은 ‘무.지.대.’, 은상은 ‘동외고 2-6’, ‘명신여고 인터넷 신문 제작반’, ‘이현중학교 1학년 2반, 3반, 5반 뉴스일기’, 동상은 ‘대전 삼천중학교’, ‘용운중학교 1-3’. ‘새싹들의 NEWS’팀에게 돌아갔다. 이어 단체 성인 금상은 ‘꿈꾸는 사람은 기적을 만든다’, 은상은 ‘단초(clue)’, 인권동아리 ‘함께가치’, 동상은 ‘시작(時作)하다’가 수상했다. 이외에도 최다 출품한 참가자에게는 ‘같이의 가치상’, 한 글자 한 글자 심혈을 기울인 명필을 보여준 이에게는 ‘명필가상’을 주는 등 열의를 가진 다양한 참가자들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총 16개 부문에서 수상자 166명에게 시상했다.

김철훈 미디어 본부장은 이번 공모전에 대해 “유익성과 참신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다”며 “참가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각자 독창적으로 구현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수상자들의 뉴스 일기도 전시되어 볼거리를 더했다. ‘스쿨오브락’ 팀의 일기장에는 정성스레 꼭꼭 눌러 쓴 아이들의 생각이 잘 담겨있었다. ‘스쿨오브락’ 팀은 ‘일요일 학원 휴무’, ‘유튜버의 무한 변신’ 등 본인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뉴스일기를 작성했다. 그뿐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적고 나름대로 기사를 분석했다. 이것으로 뉴스 일기를 통해 아이들이 발전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일기장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들을 정리한 전시판이 눈길을 모았다. ‘코로나 19’를 주제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해 줄 성숙한 시민의식”부터 ‘환경 파괴’, ‘댓글 실명제’, ‘일본 수출 규제’, ‘유튜브&크리에이터’, ‘4차 산업혁명&AI기술’ 등 총 8개가 응모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주제였다. 분야별로는 국제가 1,178건으로 가장 많이 다뤄졌고, 환경이 1,015건, 보건·복지가 1,008건, 테크·미디어가 710건, 법·범죄가 63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8일부터 제2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뉴스 읽기를 주제로 한 뉴스 일기장’을 배포하고 공모전을 개최해 총 5천만 원 상당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제2회 <뉴스읽기, 뉴스일기>는 다양한 뉴스를 주제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뉴스 일기장을 작성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자격은 ‘어린이-저학년(만 7세 이상 9세 미만), 어린이-고학년(만 9세 이상 13세 미만), 청소년(만 13세 이상 19세 미만), 성인(만 19세 이상)’의 ‘개인(1인)’과, ‘학교, 동아리, 가족, 직장, 동호회’ 등 ‘단체(2~30)로 구성된 팀’에게 주어진다.

작성 기간은 수령일부터 2021년 2월 26일까지이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30회 이상 작성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제 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와 마찬가지로 이사장상(1명 또는 1팀), 개인(어린이 저.고학년, 청소년, 성인 부문) 금.은.동상, 단체 금.은.동.상 등에 시상 예정이다.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장은 “캠페인을 통해 뉴스 정보를 분별력 있게 이용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능력인 뉴스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1회 <뉴스 읽기, 뉴스일기> 시상식은 기자와 이용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뉴스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뜻깊은 행사였다.

글=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한결’(엄정현, 유관영, 여의주, 전민, 허세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