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사이로 등교하는 학생들
전염병 사이로 등교하는 학생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6.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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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단행 이후 확진자 증가세

일부 학교 ‘무늬만 등교’ 논란
강원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모습.(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강원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모습.(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지난 20일에는 고3 학생들이, 27일에는 고2, 중3, 초1·2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 이어 경기도 부천·고양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연일 수십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등교를 강행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작년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18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31번 확진자로 인해 연일 수백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권고 수칙을 발표했고 초·중·고와 대학의 개학 일정을 늦추고 비대면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 지침을 잘 이행한 국민과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열심히 싸우는 의료진 덕분에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지난 5월 6일부터는 정부 권고 수칙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에서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5월 13일로 예정돼 있던 고3 학생들의 등교일이 다시 한 번 1주일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5월 20일 고3 학생들이 첫 등교를 시작했고, 전국 각지에서는 보란 듯이 고3 학생들의 코로나19 확진 또는 의심환자가 나타났다. 또 부천과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고2, 중3, 초1·2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한 지난 27일에는 40명, 28일에는 7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등교를 강행하고 있다.

 등교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도 단축됐고 통제도 너무 심하다. 이런 통제 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때 등교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발표한 학생 감염병 예방 매뉴얼도 학교 일선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학생 감염병 예방 매뉴얼을 통해 전체 초·중·고교의 별도 공간에 ‘코로나19 일시적 관찰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지만 몇몇 학교들은 관찰실 마련은커녕 등교하는 학생들의 열을 감지해야 하는 열화상 카메라 등 방역 물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또 강원도 모 중학교의 경우 주 1회만 등교수업을 하고 주 4일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등 ‘무늬만 등교’를 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만으로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등교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예정대로 등교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실험용 쥐인 것처럼 K방역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학생들의 등교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학사 일정을 위해서는 지금이 최선이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생활 방역 수칙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일부터 등교를 강행한 이상 정부와 국민의 줄다리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정부가 무리한 등교 강행으로 불안함에 떨고 있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며 등교 중단 혹은 잠정 연기와 같은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글·사진=허찬영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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